
태양 아래 올리브: 김초엽 장편소설
저자 김초엽 · 출판사 자이언트북스 · 발행 2026-08-03 · ISBN 9791191824582 책 소개“다 가보고, 날 보러 와. 알겠지?”증명할 수 없는 것을끝내 믿기로 선택하는 일어린 이레에게 준은 세상이 얼마나 넓고, 또 불필요할 만큼 아름다운지를 가르쳐준 사람이다. 사막과 빙하, 바다와 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진 뒤에는 “생각하는 건 결국 스스로 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이레는 그 이상함까지도 사랑했다. 그러나 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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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초엽 · 출판사 자이언트북스 · 발행 2026-08-03 · ISBN 9791191824582
책 소개
“다 가보고, 날 보러 와. 알겠지?”
증명할 수 없는 것을
끝내 믿기로 선택하는 일
어린 이레에게 준은 세상이 얼마나 넓고, 또 불필요할 만큼 아름다운지를 가르쳐준 사람이다. 사막과 빙하, 바다와 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진 뒤에는 “생각하는 건 결국 스스로 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이레는 그 이상함까지도 사랑했다. 그러나 준은 어느 날 아무런 작별도 없이 사라진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준의 소식이 이레에게 닿는다. 그 무렵 솔민에게는 푸른아녜스 수녀회를 취재하라는 수상한 전화가 걸려오고, 이레 앞에는 그의 과거를 알고 있는 듯한 낯선 이들이 나타난다. 서로 무관해 보이던 사건들은 조금씩 같은 비밀을 가리키기 시작한다. 이레의 과거에는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 빈칸이 있고, 그 빈칸을 설명할 사람은 준뿐이라는 것.
8년 만에 다시 마주한 이레와 솔민은 준의 흔적을 쫓아 국경을 넘는다. 그러나 미행을 눈치챈 순간, 여행은 예정된 경로를 벗어난다. 누구의 말이 진실이고 누구의 호의가 함정인지 알 수 없는 길에서, 솔민은 이레의 손목을 붙잡고 이레는 솔민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달린다. 이레는 사람을 믿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솔민은 모든 가능성을 의심해 위험을 가려낸다. 두 사람은 번번이 부딪치지만, 바로 그 차이가 여정을 이어가는 힘이 된다.
두 사람이 이레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짚을수록 하나의 비밀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다. 하지만 길 끝에서 기다리는 것은 과거를 말끔히 복원할 답이 아니라, 한 존재가 자기 자신으로 살아낸 긴 시간이다. 오랜 침묵 끝에 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할 때, 질주하던 이야기는 고요한 심해로 침잠한다.
『태양 아래 올리브』에서 의식은 자신을 이루는 물질에서 벗어날 수 없고, 시간을 건너뛸 수도 없다. 먼 미래에 닿으려면 그만큼의 시간을 고스란히 살아내야 한다. 그사이 쌓인 기억과 감각, 사랑과 고통은 그대로 복제할 수 없는 한 존재의 생을 이룬다. 그렇게 형성된 의식은 재현될 수 없기에 유일하고, 시간에 붙들려 있기에 슬픔을 안다. 김초엽은 이러한 제약이 오히려 의식을 가능하게 한다는 매혹적인 가설을 펼친다.
이 사고실험은 영혼에 관한 오래된 질문으로 이어진다. 영혼은 물질을 벗어나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한 존재가 몸과 시간에 새긴 유일한 흔적일까. 어떤 답을 택하더라도 영혼은 타인에게 온전히 증명될 수 없다.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것은 느끼고 기억하며 고통받는 한 존재의 목소리뿐이다. 김초엽은 증명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끝내 그 목소리를 믿기로 선택하는 일을 생각하며 이 소설을 썼다고 밝힌다. 『태양 아래 올리브』에서 믿음은 불확실한 것을 사실로 단정하는 일이 아니다. 마음이 있기에 고통받는 존재의 말을 듣고, 그 고통을 외면하지 않기로 하는 선택이다.
“생은 단 한 번뿐인 연산이다. 마음은 시간에 붙들려 있고,
시간은 매 순간 우리에게 되돌릴 수 없는 흔적을 남긴다.”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경계의 바깥에서 다시 묻는 인간의 조건
『태양 아래 올리브』의 첫머리에서 이레는 낯선 땅에 뿌리내린 올리브나무를 보고 “있어서는 안 될 곳에 자란 올리브”라고 생각한다. 원래 그곳에서 자라던 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리브는 태어날 자리를 고르지 못한다. 태어나보니 그곳이었고, 이미 뿌리를 내렸기에 살아갈 뿐이다.
이 올리브나무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이미지다. 원래 그곳에 속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시작된 삶을 잘못된 것으로 여길 수 있을까. 이 물음은 곧 이레와 준의 삶으로 이어진다. 이레는 사고 이전의 기억을 잃었고, 자신을 이루는 물질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알지 못한다. 준은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고 확신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그 사실을 입증할 길은 없다. 그럼에도 둘은 사랑하고 외로워하며 고통받고, 남은 삶을 스스로 선택한다. 태어난 방식이나 몸의 조건이 익숙한 기준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한 존재가 살아온 시간까지 부정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이들의 삶을 통해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지 다시 묻는다.
이처럼 묵직한 질문을 품고 있지만, 『태양 아래 올리브』는 관념에 머무는 소설이 아니다. 추천사에서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님 김상욱이 이 작품을 “로드무비 형식의 스릴러”라고 표현했듯, 이야기는 국경을 넘나드는 추적과 도주를 동력 삼아 빠르게 전진한다. 그 사이사이 이레와 솔민의 날 선 말다툼과 뜻밖의 농담이 경쾌한 리듬을 더한다. 소설의 사유는 두 사람이 달리고 다투고 서로를 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선명해진다.
『태양 아래 올리브』가 던지는 질문은 소설 밖의 현실과도 맞닿는다. 우리는 믿음과 사실, 인간과 비인간, 정상과 비정상을 선명하게 나누고, 그 선 밖에 놓인 존재를 쉽게 재단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삶에는 더 많은 설명을 요구하고, 증명되지 않은 고통은 뒤로 미룬다. 그러나 타인을 완전히 이해해야만 존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끝내 다 알 수 없어도 그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살아갈 자리를 내어줄 수 있다. 그때 ‘저 존재는 인간인가’라는 물음은 ‘우리는 어떤 인간이 되기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바뀐다. 바로 그 질문이야말로 『태양 아래 올리브』가 지금 우리에게 도착해야 하는 이유다.
* 시리즈 소개
당신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우리가 원하는 무궁무진한 이야기
이야기의 확장은 계속된다
『태양 아래 올리브』는 ‘Untold Originals(언톨드 오리지널스, ‘당신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CJ ENM이 가진 무궁무진한 이야기’라는 뜻이 담긴 CJ ENM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브랜드 슬로건)’ 프로젝트의 두 번째 시리즈로 발표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CJ ENM과 블러썸크리에이티브가 함께 기획한 IP를 소설로 선보인 후 영상 콘텐츠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리즈의 다른 책 들로는 배명훈의 장편소설 『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 김중혁의 장편소설 『딜리터:사라지게 해드립니다』, 천선란의 연작소설 『이끼숲』이 있다. 이야기의 확장은 계속된다.
책 속에서
도망친 관계, 감당할 수 없는 질문, 밀려드는 과거. 겹겹이 쌓여 이레를 질식하게 만들던 그 모든 것이 성당 천장을 울리는 성가 속에서 조금씩 바깥으로 밀려나고, 그제야 이레는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끝없는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건 상상이 만들어낸 추락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발 딛고 설 땅은 바로 한 뼘 아래 있었다. 빛조차 들지 않는 깊은 우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어둠마저 밀어낼 영원히 환한 무언가가 있었다. 한참을 찾아 헤매던 것. 이레는 사랑에 빠졌다. 처음으로 여기가 자신이 있을 곳이라고 느꼈다. 잘못된 장소에 잘못 자라난 골칫덩어리가 아니라.
---p.22
솔민의 생각은 단호했다. 영혼 같은 것은 없다. 물질과 분리된 비물질적 영혼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솔민이 속한, 신 없는 세계의 규칙이다. 세상의 이치와 현상을 설명하는 데는 영혼이라는 개념이 필요하지 않다. 슬픔도 기쁨도 사랑도 죽음도 모두 물질세계에 속해 있으며, 뇌라는 축축한 생물학적 조직 안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이다. 영혼은 측정할 수 없고 애초에 측정을 거부하는 개념이며, 그렇기에 물질세계에 어떤 유의미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그러니 존재한다고 믿을 수도 없고 믿을 필요도 없다.
---p.107
만약 주님이 올리브나무더러 뽑혀나가라고 하신다면, 순순히 뽑혀나가야 하는 걸까? 이레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레는 신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고, 그 온기와 사랑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왜 자신을 부정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여야 하는가? 이렇게 순종하지 못하는 자신의 신앙은 순수한 것이 맞을까? 그런데 신앙은 왜 꼭 순수해야만 하는 걸까?
---p.116~117
세상에 무언가 환한 것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절대적으로 환하고 밝은 것이요.
그리고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의미 없는 모든 것을 견딜 수가 없어요.
그 모든 죽음이, 그 모든 사랑이, 그 모든 오해가 무의미하지 않다고 말해주는 어떤 영속적인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p.241~242
세상을 이해 가능한 것이라고 믿는 사람과, 세상의 이해할 수 없음에 숨이 막혀 도망치려는 사람 사이에 진실한 우정이 존재할 수 있을까?
---p.243
웃음은 쏟아지는 것들을 닮았다. 기쁨도 흩어지는 것들을 닮았다. 넘치고, 쏟아지고, 다시는 주워 담을 수 없다. 쨍그랑 소리가 난다. 순간은 지나가버린다. 그해 봄처럼. 한 번뿐인 여름처럼. 당신은 시간을 붙잡고 싶다. 아직도 삶을 사랑한다. 부서져버린 파편이라도 줍고 싶다.
---p.304
생은 단 한 번뿐인 연산이다. 마음은 시간에 붙들려 있고, 시간은 매 순간 우리에게 되돌릴 수 없는 흔적을 남긴다.
---p.307
사람들의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흔들어놓고 싶었다.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문을 열고 싶었다. 대상을 미워하게도 만들고, 좋아하게도 만들어서 결국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게 하고 싶었다. 마치 솔민이 그 별들 아래에서, 상상할 수 없는 세계의 복잡성과 미지 앞에 항복하고 말았던 것처럼.
---p.369
“이레 씨의 영향력은 확실히 선하지만은 않아요. 선하고 말고를 떠나서, 어느 분류로 넣을 수가 없죠. 사람들을 머리 아프게 만들고 곤란하게 할 거예요. 앞으로도요. 그렇지만 이렇게 복잡한 세계에서 주님조차 우리에게 절대적인 선만을 행하라고 말하실 수 있을지는 의문이네요.”
---p.382
이레는 쉬운 쪽으로 가는 대신, 계속 질문하는 길을 가고 싶었다. 감당할 것이 많다는 걸 알면서도 어려운 질문 앞에 서고 싶었다. 울퉁불퉁한 돌바닥인 걸 짐작하면서도 그 길을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이레는 지금 그 선택이 무척 뿌듯했다. 어쩌면 이 감정을 자긍심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p.383
추천사
영리하고, 따뜻하며, 아주 위험한 소설!
믿는 자와, 의심하는 자가 함께 달린다.
이 속도감 넘치는 여행의 목적지는 단순한 진실이 아니다. 길 끝에서 기다 리는 것은 영혼과 의식, 기억과 육체, 그리고 타인의 고통을 믿는다는 것에 관한 질문이다. 웃으며 달리다가 문득 가슴이 서늘해지고, 마지막 장을 덮 은 뒤에는 내가 믿어온 ‘인간’의 경계가 조금 달라져 있다.
- 봉준호 (영화감독)
김초엽은 무거운 문제를 로드무비 형식의 스릴러로 풀어간다. 쫓고 쫓기는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한 편의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한 속도감에 빠져든다. 하지만 돌고 돌아 이 책이 끝내 묻는 것은 인간성이란 무엇인지, 아니 그런 것이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지다. 김초엽의 언어를 따라 고민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책을 사서 첫 페이지를 펼치기 전, 혹시 급한 일이 남아 있지는 않은지 먼저 확인해보길 당부한다. 일단 읽기 시작하면 멈추기 힘드니까.
- 김상욱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목차
1장 잘못된 올리브
2장 영혼이 깃드는 곳
3장 별을 쫓는 사람
4장 단 한 번의 연산
5장 처음과 같이
추천사
작가의 말
상품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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